오작교

...그냥

Vega7070 2007. 3. 21. 23:31

 

 

... 그냥

"그냥"이라는 말의 의미

어느 날 불쑥 찾아온 친구에게 묻습니다.
"어떻게 왔니?"
그 친구가 대답합니다.
"그냥 왔어"


전화도 마찬가집니다. 불쑥 전화를 한 친구가 말합니다.
"그냥 걸었어"

그냥.
그렇습니다. 우리에게는 "그냥"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원인은 있지만 그 원인이 아주 불분명할 때 쓰는 말입니다.
마치 예술 행위 가운데 행위 예술이라고 하는 것처럼
즉흥적이기까지 합니다.

그냥.
여기에는 아무 목적도 없습니다.
"무엇을 위해서"라는 정확한 까닭도 없습니다.
그러나 이 "그냥"이라는 말이 가지는 유유자적, 허물없고
단순하고 그러면서 오히려 따스하게 정이 흐르는 이 말.

"그냥" 이라는 이 말이 가지는 여유를 우리는 때때로
잊고 삽니다.

"그냥 왔어"

"그냥 전화해 봤어"

"그냥 거길 가고 싶어"

"그냥 누군가가 만나고 싶어"

........................


[기능만이 만능이 되어야 하는 사회, 목적이 없으면 아무것도
의미 없는 것이 되어버리는 우리들의 가치관

원인과 이유가 분명해야만 하는 우리의 인간 관계

사람과 사람의 사이를 잇는 향기로운 다리가

그리운 나날입니다]

그냥 보고싶던 친구를 찾아가 보고.
그냥 듣고 싶은 목소리이기에 전화를 하고..

겨울 바다여도 좋습니다.
지난 여름에 찾았던 어느 계곡이어도 좋겠습니다.

그냥 가고 싶어서 거기엘 가보고 싶습니다.

그냥 만나고 싶어서 그 사람을 찾아가는 그런 마음의 빈자리가

그립습니다.


한수산 / 에세이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