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호
성석제
대한민국 육군 7사단 26연대 3대대 2중대 1소대 3분대 9번은 8번 때문에 신병 훈련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 대한민국 육군 7사단 26연대 3대대 2중대 1소대 3분대 8번은 대한민국 육군 7사단 26연대 3대대 바깥의 오지 출신 총각으로 군대에 오기 전에는 농사밖에 모르는 순진한 친구였다.
군대에서는 인원을 확인하기 위해, 소속감을 고취하기 위해, 정신을 차리게 하기 위해 번호를 사용한다. 즉 일렬로 줄을 세운 다음, 줄 밖에 있던 교관이 “번호!” 하고 외치면 1번은 “하나”, 2번은 “둘”, 3번은 “셋” 하는 식으로 각자의 번호를 말하게 되어 있는 것이다. 그런데 농사밖에 모르며, 태어나서 가장 먼 거리를 여행한 것이 집에서 대한민국 육군 7사단 26연대 3대대 초소 앞까지라는 대한민국 육군 7사단 26연대 3대대 2중대 1소대 3분대 8번은 자신의 번호를 말할 차례가 되면 자신만의 독특한 억양과 어휘와 지식을 사용했다. 8번으로서는 그렇게 하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8번은 자신의 번호를 말할 차례가 되자 “야닯”이라고 외쳤다. 그 말에 9번은 순간적으로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를 잊고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대한민국 육군 7사단 26연대 3대대 2중대의 신병 훈련을 담당한 교관은 엄숙한 군대에서 대열 중에 웃는 자가 있으면 엄숙과 군대 모두 제대로 유지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교관은 9번의 정강이를 걷어찼다.
대한민국 육군 7사단 26연대 3대대 2중대 1소대 3분대 9번. 그도 웃을 생각은 없었다. 그런데 웃음이 터져나온 것은 그로서도 어쩔 수가 없는 일이었다. 정강이를 걷어차인 다음 그는 엄숙한 군대 대열 중의 웃음 같은 사고는 내지 말자고 다짐했다. 그에게는 정강이가 두 개밖에 없었으니까. 또 정강이가 수백 개라 하더라도 그 모든 정강이도 차이면 아플 것이기 때문에.
“다시 번호!”
“하낫!”
9번은 웃지 않았다.
“두울!”
우습지 않았다.
“세엣!”
웃을 생각이 전혀 없었다.
“네엣!”
정강이는 여전히 아팠다.
“다섯!”
그때 거품처럼 가벼운 무엇인가가 그의 옆구리를 살그머니 타고 올라오는 것 같았다.
“여수앗!”
무엇인가 9번의 발바닥을 깨무는 것 같았다.
“일고압!”
9번은 입술을 깨물고 이를 악물고 주먹을 쥐었다. 웃으면 죽는다. 그러나.
“야닯.”
얄밉도록 조그만 그 소리. 9번은 다시 자신이 9번임을 잊어버리고 폭소를 터뜨리고 말았다. 교관이 씩씩 소리를 내며 달려왔다.
“장난하는 거야?”
9번은 울상을 지었다.
“아닙니다!”
“내가 우스워?”
울고 싶었다, 9번은.
“아닙니다!”
“그런데 왜 웃어?”
교관은 합리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이라고 본다. 다만 그의 군화발과 주먹은 무자비했다.
“이번에 다시 그 따위로 한다면 전원 원산폭격으로 연병장을 돈다. 각오하라. 다시 번호!”
웃지 않으려고 했다, 9번. 그럴수록 웃음은 터져 나왔다. 대한민국 육군 7사단 26연대 3대대 2중대 신병들은 모두 9번을 원망했다. 8번조차도 9번을 나무랐다. 그러나 그럴수록 9번의 증세는 도졌다. 나중에는 “야닯”이 아니라 이마를 땅에 대고 연병장을 도는 8번의 엉덩이를 참을 수 없었다. 거세게 숨을 몰아쉬며 사타구니 사이로 나타나 자신을 원망하는 8번의 눈길도 참을 수 없었다. 화를 내는 교관을 보고도 웃음을 터뜨렸다. 눈물을 흘리면서, 땀을 흘리며 정강이뼈를 부여잡으며 웃지 않을 수 없었다. 대한민국 육군 7사단 26연대 3대대 2중대 1소대 3분대 9번. 그는 “아홉”이라는 말을 웃음 소리로 바꾼 최초의 군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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