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창에 피는 서리꽃 너머로 겨울이 서성거린다.
게다가
비 ... 내리는 듯 ... 마는 듯
'풋눈'이라도 내리면 우리는 비로소 겨울을 실감한다.
이렇듯 초겨울에 약간 내리는 눈을 풋눈이라 한다. 풀풀 내리다 마는 첫눈은 대개 풋눈이다.
또 밭에 사람이 모르는 사이에 도둑처럼 살며시 내린 눈은 '도둑눈'
설날 아침에 내리는 눈은 '설밥'이라한다.
눈이 내리는 모양에 따라 부르는 이름도 많다
가을에 내리는 비를 '가랑비'라 부르듯 조금씩 잘게 부서져 내리는 눈은 '가랑눈' 이다
부스러진 쌀알처럼 내리는 눈은 '싸라기눈'
함박꽃 송이처럼 소담하게 내리는 눈은 '함박눈' 이다
또 날이 풀려서 물기를 잔뜩 머금고 내리는 눈은 '떡눈' 이라 한다. 내리자 마자 어디든 척척 달라붙는 눈이다
이름만 듣고 눈이 얼마나 쌓였는지 어림할 수 도 있다
'실눈' 은 사르르 얇게 쌓인 눈이다
"자국눈'은 말 그대로 발자국이 겨우 생길만큼 쌓인 눈이다
한자쯤 쌓여서 발목까지 푹푹 빠지는 눈은 "잣눈'이다
이쯤되면 보통눈이 아니라 폭설이다
暴雪을 우리말로 '소나기눈' 이라 한다
그리 흔하지는 않지만 어쩌다 '길눈' 이 쌓이기도 한다. 즉 사람의 키, 즉 한 길만큼이나 쌓였다는 뜻이다
아무래도 조금 부풀린 이름같다
한편, 눈이 쌓인 뒤 아무도 지나지 않은 상태를 '숫눈'이라 한다
숫처녀나 숫총각처럼 순결한 느낌이 드는 눈이다
이른 아침 새하얀 숫눈길을 걷다 보면 발자국 하나도 미안하고 부끄럽다
그렇듯 누구에게나 인생길은 아직 밟힌 적 없는 숫눈길이다.
조심... 조심... 걸어갈 일이다.
샘터 에서 ........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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