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작교

* 기도와 응답 *

Vega7070 2006. 5. 24. 15:16

 

        쫓기듯이 살고 있는 한심한 나를 살피소서 

                 늘 바쁜 걸음을 천천히 걷게 하시며 

              추녀 끝의 풍경 소리를 알아듣게 하시고

           거미의 그물 짜는 마무리도 지켜보게 하소서



     꼭 다문 입술 위에 어린 날에 불렀던 동요를 얹어주시고

           굳어있는 얼굴에는 소슬바람에도 어우러지는

                풀밭 같은 부드러움을 허락하소서



          책 한 구절이 좋아 한참 하늘을 우러르게 하시고

             차 한 잔에도 혀의 오랜 사색을 허락하소서



  돌틈에서 피어난 민들레꽃 한 송이에도 마음이 가게 하시고 

         기왓장의 이끼 한낱에서도 배움을 얻게 하소서



            기도를 마친 그에게 들려오는 소리가 있었다

          “그것들은 내 도움 없이도 할 수 있는 일이다

            네가 그리하면 나는 감사의 은혜를 주겠노라"



                                - 정채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