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작교

엄마 마중

Vega7070 2006. 12. 16. 11:54

추워서 코가 새빨간 아가가 아장아장 전차 정류장으로 걸어 나갔습니다.

 

그리고 '낑' 하고 안전지대로 올라섰습니다.


이내 전차가 왔습니다. 아가는 갸웃하고 차장더러 물었습니다.

 "우리 엄마 안 와요?"


"너희 엄마를 내가 아니?"
하고 차장은 '땡땡' 하면서 지나갔습니다.

또 전차가 왔습니다. 아가는 또 갸웃하고 차장더러 물었습니다.

"우리 엄마 안 와요?"

 

"너희 엄마를 내가 아니?"

하고 이 차장도 '땡땡' 하면서 지나갔습니다.

 


 그 다음 전차가 또 왔습니다. 아가는 또 갸웃하고 차장더러 물었습니다.

"우리 엄마 안 와요?"

 


"오! 엄마를 기다리는 아가구나" 하고 이번 차장은 내려와서,
"다칠라. 너희 엄마 오시도록 한군데만 가만히 섰거라, 응?" 

하고 갔습니다.


아가는 바람이 불어도 꼼짝 안 하고,

전차가 와도 다시는 묻지 않고,

 



코만 새빨개서 가만히 서 있었습니다.

 

 

 

 

               


 

이 그림책 '엄마 마중'은 월북작가 이태준의 단편동화에 
그림작가 김동성의 서정적이고 따뜻한 그림이 만나
새롭게 탄생된 작품이다.  
 
거의 동시라고 할 수 있는 짧은 분량의 글이지만,
동요 '섬집 아기'처럼 이 그림책을 보며
서러운 눈물을 흘리는 아이들이 많다고 한다.
 
언제 돌아올지 모르는 엄마를
하염없이 기다리는 아가의 마음,
아가에겐 그처럼 슬프고
애달픈 시간이 또 있을까.
 
추워서 코가 새빨갛게 되어도
오직 엄마만을 생각하느라 움직일 수도,
눈물조차 흘릴 수 없는 막막한 시간.
 
어찌 아이들뿐이겠는가.
짧지만 긴 여운을 자아내는 애잔한 글과 그림은 
그림책을 읽는 어른들의 감성을 자극하며
눈시울을 뜨겁게 만든다.
어른들에게도 엄마의 존재는 하늘이니까.
 
원작은 한없는 아가의 기다림으로 끝이 나지만 
김동성 그림작가는 엄마 손을 잡고 걸어가는 아가의
뒷모습이 눈 내리는 평화로운 풍경 속에
파묻히는 장면으로 끝을 맺는다.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