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고시픈마음

못 가본길이 더 아름답다...................

Vega7070 2012. 2. 7. 17:47

 

 

침에 눈 뜨자마자 마당에 나갔다가 이제서야 집안에 들어왔다

열 시 넘은 시간이다. 지치고배도 고파서 들어온 것이지 일이 끝난 건아니다.

마당 일은 한도 끝도 없다.

집이 교회에 있어 작은 마당을 가꾸고 있는데

꽃나무 몇 그구 심고 나머지 땅은 텃밭을 만들까 하다가 농사에 자신이 없어 잔디를 심었다.

채소를 가꾸는 것보다 잔디가 훨씨 손이 덜 갈 줄 알았다.

또 이왕 단독주택에 살 바에는 잔디밭 정도는 딸린 집에 살아야 할 것 같은, 양옥집과 푸른 잔디라는 소녀 적부터의 꿈도 한몫을 했을 것이다.

마당이 양지발라 잔디가 잘된다.

나무심기 전지등 동네 마당일을 도맡아 해주는 정원사 아저씨도 이 동에서 우리 집 잔디가 제일 예쁘다고 칭찬을 해준다.

잘한다.잘한다 하면 더 잘하고 싶다고,어디 경연대회라도 나갈것처럼 점점 잔디에 신경을 써 버릇한 게 이제는 빼놓을 수 없는 일과가 되었다.

나의 근본이 워낙 시골뜨기라 처음엔 흙장난 처럼 즐겁기만 하더니 체력이 떨어질 나이라 해마다 더 힘들어진다.

이른 봄 미처 잔디가 푸르러지기 전에 예서제서 푸릇푸릇 고개를 곧추세우고 올라오는 풀은 틀림없이 잔디가 아니다.

나는 그런풀을 '나도 잔디'라고 이름 붙이고 가차없이 뽑아버린다.

'나도 잔디' 는 저항 없이 잘 뽑히는 걸 보면 착한 풀이다

나의 노역이 고되지는 건 꽃밭에서 일년초들이 싹트고 잔디도 하루가 다르게 푸르러지는 바로5월 요즘 같은 계절이다

클로버들은 잔디 사이에 그들만의 질기고 치밀한 그물망을 만들고 민들레, 냉이, 시금풀, 질경이를 비롯해서

이름도 알 수 없는 온갖 잡초들이 하룻밤 새에도 5센티미터 10센티미터씩 자라서 여봐란 듯이 햐얀 꽃을 피우기도 한다.

그 연약하고 보잘것없는 것들에게 악착같이 싸움을 거는 자신이 때로는 민망하고 한심하지만

내 마당을 내가 원하는 밑그림대로 관리하고 싶은 욕망을 어쩔 수가 없다.

잔디 사이에서 고개를 들고 싹트는 풀의 종류는 해마다 늘어나고 다양해진다.

아무리 잡초라해도 이 땅의 산야에서 번식하던 것은 낯설지 않은 법인데 그렇지 않은 신종 잡초도 많다.

이것들은 도대체 어디서 온 것일까

온갖 잡새들이 산에서 내려와 마당에서 놀다가는 일이 많으니 그것들의 배설물이 원인일 수 도 있지만

이국적인 잡초는 아마도 먼 나라에서 불어온 바람, 특히 황사 바람을 타고 오는게 아닐가.

몇만 리를 날아와서 하룻밤 새에 꽃까지 피우는 생명력이 경이롭고도 두렵다.

그런 생각을 하면 내 끝없는 노동에 맥이 빠지면서 '내가 졌다' 있지도 않은 백기를 들고 마당에 벌렁 드러누워 버릴 적도 있다.

잔디밭에 등을 대고 누우면 부르럽고 편안하고 흙 속 저 깊은 곳에서 뭔가가 꼼지락대는것 같은 턴력이 느껴진다.

살아 있는 것들만이 낼 수 있는이런 기척은 흙에서 오는 걸까 씨앗들로부터 오는 것일까 아니  둘 다일 것 같다

흙과 씨는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을 적이 많다

씨를 품은 흙의 기척은 부드럽고 따습다

내몸이 그 안으로 스밀 생각을 하면 죽음조차 무섭지 않아진다

 

 

 

 

 

사람과 자연을 한없이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봄으로써 새삼 발견하게 된 기쁨과 경탄, 그로 인한 감사와 애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내 소유가 아니어도 욕심 없이 바라볼 수 있는 자유와 평화”를 누릴 수 있음과 “살아 있는 것들만이 낼 수 있는 기척”

감지할 수 있음에 감사하는 대목은 작가의 자연에 대한 사랑을 강한 메시지로 전달한다.

 

 

 

잔잔하면서,,따뜻한 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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