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고시픈마음

내 식의 귀향...박완서

Vega7070 2012. 3. 21. 11:09

 

      

 

      

       정회장은 정 회장답게 고향에 갔지만 나는 내 식으로 고향에 가고싶다.

       완행열차를 타고 개성역에 내리고 싶다.

       나홀로 고개를 넘고, 넓은 벌을 쉬엄쉬엄 걷다가 운수 좋으면 지나가는 달구지라도 얻어 타고 싶다.

       아무의 환영도 주목도 받지않고 초라하지도 유난스럽지도 않게 표표히 동구 밖을 들어서고 싶다.

      계절은 어느 계절이어도 상관없지만 때는 일몰 무렵이면 참 좋겠다.

      내 주름살의 깊은 골짜기로 신산함 대신 우수가 흐르고, 달라지고 퇴락한 사물들을 잔인하게 드러내던 광채가 사라지면서 사물들과 부드럽게 화해아는 시간,

      나도 내 인생의 허무와 다소곳이 화해아고 싶다.

      내 기억 속의 모든 것들이 허무하게 사라져버렸다 해도 어느 조촐한 툇마루, 깨끗하게 늙은 노인의 얼굴에서 내 어릴 적 동무들의 이름을 되살려낼 수 있으면 나는 족하리라.

 

 

 

 

 

나도 금강산 관광까지는 다녀왔지만 개성 관광엔 저항을 느꼈다.

어떻게 고작6~7킬로미터 밖에 선영이 있는 고향 마을을 놔두고 개성 구경을 할 수 있겠는가

그래서 개성 관돵을 제안 받았을 때 나 홀로 경로 이탈을 해서 고향 마을 박적골에 다녀오고 싶다는 소원을 말해봤지만 이루어지지 않았다.

돌이켜보면 내가 상아낸 세상은 연륜으로도, 머리로도, 사랑으로도, 상식으로도 이해 못 할 것 천지였다.

 

*** 박완서님의

못가본길이 더 아름답다 중에서 ***

 

이미지-...박항률 화백서 /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