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숙의 장편
[엄미를 부탁해] ]이 반가워 받자마자 읽기 시작해서
마치 잠 안 오는 밤 엄마를 부르듯이 성마르게 읽다가 이애기에 빠져들면서 우리 엄마와 신경숙의 엄마를 구별 못 하게 되었다
책에 나오는대로라면 신경숙의 엄마는 1938년 생이니 나보다도 훨씬 어리다
그런데도 지금 살아 계신다면 백세가 넘었을 우리 엄마하고 그의 엄마를 헷갈리고 있었다
아마 사라져가는 농경시대의 엄마라는 공통점 때문이기도 하고 옛날 엄마 노릇에 대한 절절한 그리움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우리 엄마도 뒤주에 쌀 떨어질까 봐 전전긍긍하며 반평생을 보냈고
자식들이 밥 먹고 살만해진 후에도 자식들에 대한 안부는 밥으로 시작해서 밥으로 끝났다
"밥은 잘 먹는 게야? 얼굴이 왜 그 모양이야. 감기가 들었다고? 억지로라도 밥을 챙겨 먹어야 한다
예로부터 감기는 밥상 밑으로 도망친다고 했어
애들 도시락 다섯이나 싸주기 얼마나 힘드냐
그래도 빵 같은거 사 먹게 하지 마라. 밥이 보약이다.
뭐니뭐니해도 우리 엄마의 밥 타령의 압권은 내 신랑감을 처음 보고 하신 말씀 "제 식구 밥은 안 굶기게 생겼더라" 가 아닐까
옛날 엄마들에게 밥은 곧 생명이요 사랑이었다
그래서 독점하는 것이 아니라 나누는 것이었다
엄마가 됨으로서 남의 자식도 다시 보게 되고 살아 있는 모든 생명에 대한 측은지심이 생겨나고 십시일반의 장신도 우러났을 것이다
십시일반으로 버텨온 지난 시대를 생각하면 가난까지도 그립다
실종된 신경숙의 엄마를 줄곧 우리 엄마하고 동일시하고 읽다가 그 엄마가 이 세상 어디선가 마지막 정신을 놓기 전에 남긴독백
"내 새끼. 엄마가 양팔을 벌러네 (중략) 나의 겨드랑이에 팔을 집어넣네.
엄마는 웃지 않네.
울지도 않네.
엄마는 알고 있었을까.
나에게도 일평생 엄마가 필요했다는 것을".........에 이르러 마침내 우리 엄마가 아닌 나하고 하나가 된다
나야말로 엄마의 도움 없이는 죽지도 못할 것 같은 나약하고 의존적인 인간이니까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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