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진오의 野, 야생화다!] 단옷날 머리 감는 식물은 꽃창포 아닌 창포
해마다 이맘때면 강릉 등 전국에서 단오와 관련된 행사가 여럿 치러진다.
이들 행사에는 으레 창포물(菖蒲湯)에 머리를 감는 의식이 끼어 있다.
옛날부터 단옷날 창포를 삶은 물에 세수를 하고 머리를 감고,
창포의 뿌리줄기를 깎아 비녀를 만들어 꼽으면,
병마를 물리친다는 풍습이 전해져 오기 때문이다.
창포의 잎과 뿌리줄기에는 아사론 같은 방향성 물질들이 들어 있어 전체에서 향기가 나는데
이 때문에 창포가 잡귀들을 물리칠 수 있다고 여긴 것 같다.
이처럼 선조들과 밀접한 관련을 맺으며 생활 속의 식물로 자리잡아온 창포가
과연 어떤 식물인지 정확히 아는이는 많지 않다.
더욱이 전혀 다른 식물인 꽃창포나 붓꽃을 창포로 오인하는 이들도 많다.
우리말 이름이 비슷해서 헷갈리고, 또 잎이 서로 비슷하여
꽃이 없는 상태에서 세 식물을 구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게다가 창포비누, 창포샴푸 등의 광고에서 붓꽃을 창포라며 보여주었기 때문에
사람들은 창포의 실체를 모르는 수가 많다.
창포와 꽃창포는 ‘사돈의 팔촌’도 되지 않는 아주 다른 식물이다.
창포는 천남성과(科), 꽃창포는 붓꽃과여서 과부터가 다르다.
꽃은 초여름 비슷한 시기에 피지만 생김새와 색깔이 완전히 다르다.
창포는 육수화서라는 특이한 꽃차례에 작은 꽃들이 다닥다닥 붙으며
색깔 또한 노란색이 조금 도는 녹색이어서 예쁘다고 할 수 없다.
이에 비해 꽃창포는 정원에 심어도 손색이 없을 만큼 예쁘고
큰 붉은 자줏빛 꽃을 피운다.
두 식물은 사는 곳도 다른데,
창포는 연못이나 강가 등에서 뿌리가 물에 잠겨서 자라므로 수생식물로 구분하고,
꽃창포는 습기가 조금 있는 초원이나 숲 가장자리에 자라므로 습지식물일 뿐 수생식물은 아니다.
창포와 꽃창포를 구분할 줄 안다는 사람들 중에도 꽃창포와 붓꽃의 차이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두 식물 모두 붓꽃과의 붓꽃속(屬)에 속해 여러 특징이 비슷하기 때문인데
서로 다른 종으로 구분되는 만큼 다른 특징도 많다.
두 식물을 쉽게 구분할 수 있는 방법은 꽃의 특징을 비교하는 것이다.
꽃창포의 꽃이 더 크고 색 또한 붉은 자주색으로 더욱 진하다.
또 꽃창포는 바깥 화피의 아래쪽에 있는 무늬가 작고 노란색이다.
이에 비해 붓꽃은 바깥 화피의 아래쪽에 있는 무늬가 보다 넓으며 흰색과 노란색이 섞여 있다.
보통은 붓꽃이 꽃창포보다 먼저 꽃이 핀다.
잎의 특징으로도 구분할 수 있는데,
붓꽃은 잎 가운데 있는 잎줄이 거의 발달하지 않아
잎줄이 발달한 꽃창포와는 꽃이 없는 시기에도 구별할 수 있다.
꽃창포와 붓꽃이 속하는 붓꽃속의 라틴어 속 이름은 ‘아이리스(Iris)’이다. 이것은 영어 이름으로도 그대로 사용되는데, 꽃집에서 꽃꽂이나 꽃다발 소재로 쓰는 아이리스는 모두 이 속에 속하는 식물들이다. 꽃집의 원예종 아이리스들도 꽃창포나 붓꽃과 아주 가까운 식물들인 것이다.
옛것을 소중히 여기고 현대적 활용법을 찾는 것은 현대인이 가져야 할 지혜의 하나다. 하지만 옛것에 대해 제대로 알았을 때만 그 일은 가능하다. 며칠 후면 단오다.
동북아식물연구소장
2007년 6월 16일 (토) 02:32 서울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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