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밀묵이 먹고싶다.
그 싱겁고 구수하고
못나고도 소박하게 점잖은
촌 잔칫날 팔모상(床)에 올라
새사돈을 대접하는 것.
그것은 저문 봄날 해질 무렵에
허전한 마음이
마음을 달래는
쓸쓸한 식욕이 꿈구는 음식.
또한 인생의 참뜻을 짐작한 자의
너그럽고 넉넉한
눈물이 갈구하는 쓸쓸한 식성.
'적막한 식욕' 中 부분 - 박목월(1916~78)
따뜻한 아랫목에 앉아 먹었던 어쩌다가의 찹쌀떡 한 개.
참기름 친 양념간장 뿌린 메밀묵 몇 점
많았던 입들 때문에
날개돋쳐 순식간에 끝나버렸던
출출했던 한 겨울밤의 잔치.
"메~밀묵사려 찹쌀떡~" 소리
아련한 소리 깊을수록,
그 지루하고 밍밍하고 꾸밈없는
"모밀묵" 이 먹고싶다.
앙잉기요 ~앙잉기요
왁살스러운 사투리 들으며,
육수에 다진김치를 송송 썰어넣은
"모밀묵밥이 먹고싶다.
<정끝별. 시인>
시가 있는 아침 - - 밥의 시학
2006 12월20일짜
*중앙일보--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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